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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거슬리는 ‘이명’이 병도 아니다?

soriman 2010. 9. 13. 18:11

[쿠키 건강] 귀에서 갑자기 ‘삐~’하는 신호음이나 매미소리와 같은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귀, 머리에서 소리를 느끼게 되는 현상을 ‘이명’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약한 이명을 경험하고, 약 1~5% 정도가 이명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경험하거나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병원을 찾는다. 소음의 증가, 노령인구의 증가, 약물의 남용,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이명 환자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명 현상은 일상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지만 효과가 규명되지 않은 치료로 돈만 날리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소리이비인후과-더 퓨처센터 전영명 원장의 도움말로 이명과 올바른 이명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명은 질환이 아니다”

 

이명은 그 자체가 질환이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일 뿐이다. 과로나 스트레스,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 소음성 난청, 머리 외상, 노인성 난청, 청신경 종양, 중이염 등의 질환이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귀 주변을 지나가는 혈관에서 나는 소리, 턱 관절 기능장애, 이관 기능장애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명이 구체적 신체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는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특정 질환 없이 원인불명으로 이명 증상이 생긴다. 이러한 질환의 특성 때문에 심신이 쇠약해지거나 중금속 오염 혹은 원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전신적인 질병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오히려 치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이명 원인도 치료법도 ‘오만가지’

 

이명의 치료를 위해 과거부터 약물요법, 수술, 차폐요법, 물리적 자극, 식이요법, 최면술, 바이오 피드백, 긴장완화 및 명상, 척추지압요법, 침술 등 수많은 방법들이 소개되고 시도돼 왔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이명 치료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으로 한 가지 치료법이 효과를 보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이 방법을 적용하려다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과거 미국의 한 유명한 병원에서 이명 치료법으로 청신경 절단수술을 활발히 시행한 적이 있다. 뇌혈관이 청신경을 누를 때 이명이 발생되기도 하는데, 뇌수술 후 이명이 사라지는 케이스를 보고 모든 환자에게 이명 치료를 위해 청신경을 절단하는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많은 환자에서 청신경을 끊어도 이명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고, 안면신경마비, 청력 소실, 사망 등의 수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이명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증상 또한 제각각이다. 때문에 이명 환자들에게 동일한 치료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환자마다 이명으로 인해 다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의사는 이명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환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개별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이명을 익숙하게 만드는 ‘이명재활치료’가 효과적

 

이명으로 고통 받는 많은 환자들은 ‘청력이 점점 떨어질 것이다’, ‘이명은 치료될 수 없고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이명의 크기가 점점 커질 것이다’, ‘뇌 속에 종양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풍이나 치매가 올지도 모른다’ 등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생각과 정서적인 변화는 뇌 속에서 부정적인 조건반사를 더욱 강화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그 결과 이명에 대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해 이명은 더욱 크게 들리게 된다.

 

따라서 이명 환자들은 이명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치 냉장고 소리나 컴퓨터 소리와 같이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재활치료법’으로 이는 과거 이명 자체를 없애고자 했던 것과 달리, 이명에 관해 환자가 명확하게 알고 이명을 고통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중립적인 신호로 인식하게끔 도와주는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인정받고 있는 치료법으로, 국내에서는 1998년부터 임상에 적용되어 치료효과를 입증 받고 있다.

 

상담을 통해 이명과 연관된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주고, 이명으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반응을 감소시킴으로써 이명의 습관화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적절한 소리치료를 통해 이명의 강도를 약하게 느끼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명을 인식하지 않는 단계까지 가게 된다.

 

이명재활치료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6개월가량 소요되며, 치료효과는 이명의 강도가 점차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명의 강도는 일정하지만 이명을 느끼는 시간이 점차 작아지면서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고통이 줄어들고 이명을 느끼는 시간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