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근 보청기를 구입한 K 씨(남·66)는 보청기 착용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처음 착용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소리가 크게 들림에도 또렷하지 못하고 귓속에 왕왕 맴돌아 정확하게 알아듣는 것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 K 씨는 “전화통화시에는 울리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 보청기가 소용이 없다”며 “모처럼 자식들이 신경 써서 해준 것이라서, 차마 내색은 못하겠고 불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실제 보청기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K 씨와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손상된 청력 보전을 위해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정작 주변소음과 뒤섞여 대화상대의 말소리가 불분명하게 들린다거나, 소리가 조금만 작아지면 들리지 않다가 조금 커지기라도 하면 왕왕 울리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단순히 소리 크기로 개선은 신경성난청에 도움 안돼
노화나 질병, 각종 소음에 의한 지속적인 노출 등의 원인으로 달팽이관 속 신경이 손상돼 나타나는 것을 신경성 난청이라고 부른다. 노인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도 신경성 난청에 속한다.
달팽이관의 신경이 손상될 때에는 고음을 담당하는 영역부터 진행되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의 말소리가 고음역대에도 분포돼 있기 때문에 난청이 오기 시작하면 상대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난청환자들에게는 큰소리보다 보통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잘 들리기도 한다.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순차적으로 들려줄 경우 일반적인 사람은 소리를 차츰차츰 커진다고 느끼는데 반해, 난청환자는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다가 어느 순간부터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리게 된다.
우리가 밝은 데에 있거나 어두운 데에 있을 때 안구의 홍채가 조리개역할을 해주듯 달팽이관 신경도 소리의 크기를 조절해주는데, 난청이 있으면 이를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청기는 단순히 기존의 소리를 증폭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청력상태에 따라 소리를 키워주기도 하고, 압축해서 잡아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또, 말소리와 주변소음을 구분하여 소음은 줄여주고 말소리는 또렷하게 들리도록 해줘야 한다.
◇수많은 보청기중 내 것 찾는 방법은?
보청기 종류는 귓속형부터 귀걸이형, 주머니형이나 안경형까지 형태도 여러 가지 일뿐더러 적게는 수십 만원부터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제품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보청기를 사용하는 대상이 주로 노인층인지라 각각의 특징을 꼼꼼하게 따지고 살피기 전에 막연히 주위에서 좋다고 하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무작정 저렴한 것만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보청기 구매는 자칫하면 고가의 비용을 들이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귀에 꼭 맞는 보청기를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와 관련 대한보청기 관계자는 “보청기는 청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제품이고 착용기간도 길기 때문에 설계에서 사후관리까지 모든 서비스가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직영매장에서 구입해야 한다”며 조언했다.
청력 손상도나 손상위치 등에 따라 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설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제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 당장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신속하게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신경성 난청의 경우, 자동으로 소리를 인식하고 식별해주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고 전문 청력사가 부재한 곳에서 보청기를 구매하면 시간과 비용을 모두 허비하는 일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